[여행길 아름다운 곳] 한라산 어리목~영실 : 낙원으로 가는 길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7-08-07 15:12:57

낙원은 있는가. 그저 실존하지 않는 이상향일 뿐인가.

‘은하수를 잡을 수 있는 산’이라면 낙원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듯 합니다. ‘한라산(漢拏山)’이 바로 ‘은하수(漢)를 잡아당길 수(拏) 있는 산’을 뜻하니 그 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낙원에 들어간 것입니다. 흰 사슴이 물을 마시고(백록담) 은하수를 손에 잡을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곳. 이제 그 곳으로 들어갑니다.

16~17일 영주 여행일정을 마치고 귀가를 못한 채 17일밤 비행기로 제주 여행을 이어갑니다. 이미 오전에 내려간, 제가 속한 어느 단체 30여 명의 일행을 좇아 밤에야 애월의 숙소에서 합류합니다.

다음날 한라산 북서쪽에서 남쪽을 향해 올라가는 코스, 경치가 아름답고 걷기에도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높은 어리목 코스입니다.

한라산 어리목 휴게소

 

낙원의 입구

어리목은, ‘빙담(氷潭. 얼음소)’이란 기록에서 ‘얼음’이 변음된 것으로 유추되고 있으며 ‘목’은 ‘외길’을 뜻하니, ‘얼음소가 있는 길’이 됩니다. 어리목 휴게소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어리목계곡이 있으며 이곳이 지명 유래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어리목 휴게소에서 처음 1시간 정도 비교적 가파른 산악코스를 오르면 숨가쁜 호흡이 이어집니다. 두어 번 쉬었다 올라갈 길입니다. 그 사이 호흡조절을 하고 나면 이윽고 시원하게 펼쳐진 평원이 황홀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 평원 사이의 모든 풍경이 평화롭습니다. 완만하게 균형 잡힌 평원 사이로 난 실낱 같은 길이 유난히 평화로운 세상으로 다가옵니다. 적막감이 감도는 평원 저 멀리 앞서 걷는 이름 모를 나그네가 향하는 곳은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낙원이 있는 곳이 아닐까. 뒤따르는 자의 생각은 한없이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숲 속 가파른 경사를 뚫고 올라선 또 하나의 세상. 멀리 한라산 정상이 보입니다.
하늘에 닿은 꽃동산
백록담을 뒤로 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와 가던 길을 향하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 군락지. 좁게 돌아 휘어진 돌밭 오솔길 좌우엔 주목이 빼곡하게 자랍니다. 그 속에서 평화롭게 꽃풀을 뜯는 노루가 제법 사람에 익숙한 모양새입니다.

이제 왼쪽에 거대한 절벽을 내려다 보며 서서히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오백나한 바위들이 또 다른 경치를 선보입니다. 백록담의 서쪽 해발 1400~1600m 지점에 천태만상 기암괴석이 능선에 톱니처럼 촘촘히 솟아있습니다. 옛사람들이 한라산을 영주산이라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곳은 석가여래가 설법했던 영취산과 비슷하다 하여 ‘영실(靈室)’이라고 하는데, 이 수많은 바위들을 오백나한, 오백장군이라 부릅니다.

주목군락을 지나고...
발 아래엔 또 다른 세상
 
영실입구


아름다운 경치에 그 숨결, 그 의미까지 새기며 걷는 동안 잠시 세상사 시름을 내려 놓으니 천하가 내 것이고 또 하나의 세상을 얻는 호사까지 누리게 됩니다. 비로소 가야만 얻을 수 있는 낙원의 세계입니다.

내려가는 계단이 점점 급강하 하는가 싶더니 마침내 영실휴게소가 여행자들을 반가이 맞이합니다.